낮에 나온 반달

쩌모 2013. 9. 20. 09:01

 

 낮에 나온 반달

 

 

스무사흗날 몹쓸 스무사흗날

정말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잔망스러운 기대를 그려보며

밤새 뒤척이던 나를 지켜보더니

아무 할 일 없는 아침에 저 반달 민망하게도

멀뚱멀뚱 저 혼자 중천에 떠 있다

 

 

어젯밤 또 누가 잠 못 들고

한밤중에 저 하연달을 보았으랴

네 꿈속에서 꿈결같이 흐르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또 가고 있다

 

돌이켜보아야 쓸데없는 일인걸

한때 짐짓 좋았던 일로나 기억한다

꼬부랑할머니 치마끈에도 채워지지 않고

이제는 길가던 개조차 거들떠 안본다

 

이 황홀한 세월에 누가

지는 아침 뜨는 반달을 보랴

밤새워 또 부푼 꿈을 안고

아무도 모르는 지구 저편을 달리고 달려

당연한 듯 모르는 듯 또 도리없이도

내일 밤 자정에 창문을 흔든다

 

너는 낮에 일하고 반달은 밤에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