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장탕
쩌모
2013. 9. 20. 09:27
내장탕
대가리 잘리고
뼈 발리고
오장 다 들리고
순살 살 살로만 먹히던 너
태평양을 다 삼키던 네 창자
뒤틀리지 않은 싱싱한 그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을 느끼고 싶다
도미 알보다 더 부드러운 네 눈빛
농어 간보다 더 향기로운 네 입술
우럭 고니 이리보다 더 진한 네 한숨
애간장이 다 끓는 그 한 숟갈에
지난 삼십 년 넘어가고
쓴 소주 한잔에
낯선 사랑이 울고 있다
생선내장탕을 먹으면
내 창자가 용트림을 하면서
하늘로 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