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과 틀린 것을 위한 푸닥거리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위한 푸닥거리
혼자 마신다고 나는 취하지 않을 줄 알았다. 소주 두 병을 욕심스레 품고
한잔 한잔 내가 따르고 내가 마시다 보니 이제야 알았다. 혼자 마시는 술은
서러움에 더 빨리 취한다는 걸. 그래봤자 무엇하랴. 내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도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것을. 역시 혼자 마시는 술은 나르시시즘
때문에 내가 취하기도 전에 남이 먼저 취한다.
너는 따르기만 해라. 마시는 건 내가 마시마. 너는 마시기만 해라.
취하는 건 내가 취하마. 너는 취하기만 해라. 뒷처리는 내가 다해 주마.
너는 뒷처리만 해라. 취하는 건 내가 다 취하마. 너는 취하기만 해라.
마시는 건 내가 다 마시마.
너는 마시기만 해라. 따르는 건 내가 다 하마.
나와 내가 다르지 않고 너와 네가 남남이 아닌데 같을 수 없는 나와 나는
같지 않고 다르기 때문에 또 한잔 마셔야겠다.
내 몸이 내 맘 같지 않고 내 뜻이 내 맘 같지 않고 내 현실이 내 뜻 같지 않아서
현실에 휘둘리는 내 몸을 내가 불쌍히 여겨 내 복바치는 슬픔을 참으며 또 한잔 한다.
정말 다르다는 것은 잘못되고 나쁜 것일까?
내 몸과 마음이 다르고 내 마음과 내 뜻이 다르고
내 뜻과 내 철학이 다르고
내 철학과 내가 씨부리는 게 다르고
내가 씨부리는 것과 내가 행동하는 게 다르고
내가 행동하는 것과 내 사람이 행동하는 게 다르고
내 사람이 행동하는 것과 내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르고
우리가 행동하는 것과 우리가 보여지는 것이 다르고
우리가 보여지는 것과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다를 때
다르다는 것은 잘못되고 슬프고 저주스러운 일인가?
소주 두 병만도 못한 내 인생이여.
혼자 마시든 둘이 마시든 마신 만큼만 취할 줄을 몰랐던 우리 슬픈 핏줄은
이제 한 잔 술에 취하여 현실과 다른,
내가 유일하게 다른 것을 몸소 아는 꿈과 현실,
그 꿈속으로 기어가겠노라.
네가 그리도 금과옥조로 아는 뱃가죽을 피가 나도록 질질 땅바닥에 끌며 다른,
다른, 그렇지 나와는 완전히 다른 나만의 꿈속으로 이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