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머리
쩌모
2013. 9. 21. 08:32
머리
머리는 차고 가슴은 뜨겁게
참 좋은 말이지만 사람들은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다
텅텅 빈 머리를 굴리며
손가락으로 세더니 주판알로 튕기고
계산기로 누르더니 이젠
3차원 컴퓨터로 두들긴다
탱탱 소리가 나는 수박이 잘 익었듯이
그렇게 머리 알아볼 수는 없을까
청진기를 대도 두둘겨도 모르고
파괴검사도 못 하고 도리 없이 사람들은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
서리처럼 차고 날카로운 생각
용암처럼 솟구쳐 펄펄 끓는 정열
그 모든 것이 다 머리 속에서 샘솟는 것을
신보다도 더 어렵고 아련한
사람 머리 속
자신들은 점점 영리해 가는 줄 알지만
내가 보기엔 점점 삭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