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미소를 다오
쩌모
2013. 9. 24. 07:02
미소를 다오
젖내 물씬 나는 아기가,
엄마 젖무덤을 보며 짖는
미소를 다오.
말똥만 굴러가도 웃던
열여섯 살 계집애처럼,
작디작은 기쁨에도
석류처럼 입이 터지던,
입보다는 눈이 먼저 웃는 네 미소가
우렁이 딱지 앉은
부르튼 내 입술에 들리면,
나는 잃어버린 웃음의
가치를 다시 찾으리라.
모나리자의 미소도 좋다.
가섭의 미소도 좋다.
가슴 쓰라린 서씨의 미소라도 좋다.
고춧가루가 송곳니 사이에
한두 개 보여도 좋다.
염소 딸꾹질 같은 웃음도 좋다.
작은 기쁨엔 작은 미소로,
큰 기쁨엔 큰 미소로,
언제나 보답을 하는 네 미소를 보고,
나는 입을 찡그린 채 눈만 웃는,
언청이의 자조적인 웃음을 버리고,
네 미소에 파묻혀
깊은 휴식에 잠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