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사랑한 바위

쩌모 2013. 9. 24. 07:09

 

 

    바람을 사랑한 바위

 

 

처음엔 바위였는데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견디다가

한 번 두 번 부서지더니

이젠 아예 돌돌돌

구르는 돌멩이가 되었다

 

이 사람 눈짓에도 이리 구르고

저 사람 몸짓에도 저리 구르다가

또 한 세월 구석에 처박혀

대충 적당히 이끼도 끼는 척 하다가

이제 더는 돌멩이로 할 일이 없어

또 한 세상 모래알로 다시 태어나기를 꿈꾼다

 

바람은 어디서 부는가

서걱이는 모래알도 한때는

바위였던 것

바라지 않아도 바람은 부는 것

애꿎은 바람을 탓할 수도 없어

이제는 바람을 맞으며 느끼며

그리고 적당히 바람과 논다

 

바람은 바위를 탓하지 않고

바위는 바람을 소 닭 보듯 하며

그렇게 사는 별천지를 꿈꾸었는데

눈 감기 직전에야 비로소 알리

바위는 바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나는 한낱 망부석이 되기 싫어

바람처럼 떠도는 영혼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