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은 신이다
쩌모
2013. 9. 27. 07:28
산은 신이다
아파트 바로 앞에 불암산 자락이 있어서 경치가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분통이
터지는 게 있다. 꼭두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
에 좋다니 등산이야 못 말리지만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야호 하고 한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건 남자건 십 초 가까이 괴성을 질러댄다. 잠이 깨고
짜증이 난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정복하라는 성경의 옛말씀을 잘못 해석한
서구문명의 오류이다. 옛사람들은 산에 올라가지 않고 들었다. 소리도 함부로 지
르지 않았고 쓰레기는커녕 소변도 되가지고 왔단다. 같이 어우러지며 살아야 하는
것이 21세기의 자세이건만 저 혼자만 잘나 정복하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다.
어떤 사람은 나무를 발로 차고 몸을 부딪치고 별짓을 다한다. 저만 생각하는 아주
나쁜 행동이다. 나무가 얼마나 시달리고 그 산의 품속에서 사는 산새며 짐승들이며
풀들이 얼마나 새벽부터 시달리랴. 적어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른 아침에는
산을 깨울 게 아니다. 산이 기지개를 켜고 난 뒤 조용히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산에
들었다 나와야 한다. 저만 아는 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안 봐
도 뻔히 알 것이다. 쯧쯧쯧 어리석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