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압력밥솥
쩌모
2013. 10. 8. 07:01
압력밥솥
압력밥솥은 압력이 차는 게 의무이자 권리이다
압력이 차면 딸랑딸랑거려서 압력이 찼다고 알려준다
주인은 불을 끄고 압력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룰루랄라 즐거운 요리가 다 되었다
나는 정력밥솥이다 정력이 차는 게 의무이자 권리이다
정력이 차면 달랑달랑거려서 정력이 찼다고 알려준다
불알 두 쪽 달랑거려봐도 내 주인은 아는 척도 안 한다
어쩌다 압력밥솥 불을 안 꺼주면 펑 하고 터지는 수가 있다
이 놈의 미련한 정력밥솥은 무쇠 같은 자존심으로 만들어져서
일년 동안 불을 때도 터질 줄을 모른다
대신 속이 새카맣게 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