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짠지
쩌모
2013. 11. 13. 07:44
짠지
골마지가 끼거나
군둥내 날 새도 없이
네 독 김장 다 퍼먹고 나면
텃밭 푸성귀 나올 때까지
그 긴 초여름을
짠지 하나로 살았소이다
삐걱거리는 툇마루에 걸터앉으면
쪽 떨어진 개다리소반엔
보리밥 고봉으로 한 사발
짠지 한 보시기가 전부였소
시원한 우물물 가득
빙초산 몇 방울 적선에
파 숭숭 다져 넣으면
구름을 헤짚으며
떠먹어야 했소
이것도 많이만 있으면 좋겠다던
한시름 어머니 한 말씀에
육십년대는 그렇게 갔고
구십년대가 꺾여가는 지금
그 짠지 한 번 먹고 싶소이다
그래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