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풀기 또는 매달기
쩌모
2013. 11. 13. 08:05
풀기 또는 매달기
현실에 목을 매단 사람은 풀고 싶을 것이다
마지막 숨이 끊기기 직전의
그 애절한 황홀를 벗어나야지만 인연을 풀 수가 있다
대바늘뜨게질처럼
한올 풀리면 줄줄 풀리는 인생이 아니다
풀고 또 풀고
또 풀어도 또 풀어야 할
이 많은 업의 끈묶음을 우리는 애써 삶이라고
자위하며 부른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것을 알면서도
도리없이 장엄하게 자위를 끝낸 허탈감처럼
바닥에 헝클어져 딩구는 심사는
누구나 저 높은 나무나 장대 위에 매달고 싶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개차반소리를 들어가며 현실에 발이 묶인 우리는
저 높은 본래의 그 곳을 향해
내 이름 석 자 아니 꿈만이라도 높이 매달고 싶다
매달고 매달고 또 매달고
이 정도면 됐겠지 자위하며 가다가 뒤돌아서면
아무 것도 매달리지 않은 허공일지라도
굳이 매달고 싶은 이승의 몹쓸 끄나풀을 우리는 애써
또 삶이라고 중얼거린다
민속촌 귀탱이 나무에 칭칭 늘어진 오색 천을 넋놓고 바라보면서
풀까 매달까 풀까 매달까 풀까 매달까 오락가락하다가
난 이래서 안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