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회충 같은 내 사람아
쩌모
2013. 11. 13. 08:21
회충 같은 내 사람아
미루꾸 같은 산토닌을 먹으면 회는 죽지 않고 기절을 한다
옛날 쪼그려변소에 앉으면 뭉텅 한무더기 빠지는 회 회 회 회충들
꾸불텅 꾸불텅 회들은 빠져나온 내 뱃속이 못내 그리운지 몸부림친다
그나마 빠져나온 놈들은 양반이다
똥구멍 중간에 걸려 힘을 주면 삼분의 이쯤 나오다
힘을 빼면 도로 쭈욱 들어가는 놈
나중에는 손가락으로 쭈욱 잡아빼야 하는데 뺄 때의 그 황홀한 촉감
그 회충의 미끈한 느낌을 아직도 내 똥구멍점막은 기억하는데
회충 같은 늘씬한 네 몸 몸 몸
내 몸에 걸려
욕망에 걸려
자존에 걸려
빠지지도 못하고 이젠
들어가지도 못하는
내 똥구멍 중간에 걸린 회충 같은 너 너 너
사랑했던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