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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병신 육갑

쩌모 2014. 3. 8. 16:57

 

   병신 육갑

   

 

어느 병신이 살고 있었다. 오른쪽 콧구멍으로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켰고 왼쪽 콧구멍으로는 더러운 숨을 내뿜었다.

바른쪽 눈으로는 보고 싶은 것만 보았고, 왼쪽 눈으로는

보기 싫은 것만 보았다. 오른쪽 귀로는 좋은 소리만 들었고,

왼쪽 귓구멍으로는 원망소리만 들었다. 바른손으로는 악수를

했고, 왼손으로는 등을 후려쳤다. 싱싱한 다리로는 마른 곳만

골라 걸었고, 왼쪽 의족으로는 더러운 곳만 골라 걸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입과 심장과 위는 하나인데, 이놈들은

어느 쪽으로 갈라놓지? 갈라놓아야 속이 편한데.

병신은 오늘도 정답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