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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기차

쩌모 2014. 3. 8. 16:59

 

기차

 

 

어머니 손을 잡고 소학교 입학할 때

구름을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를 보고

내 크면 저걸 타고 세계일주를 하리라

 

학창시절 어스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밤기차가 타고 싶었다

주머니 속의 동전 한두 닢을

매끌매끌해질 때까지 매만지며

돈이 생기면 밤기차를 타리라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오밤중에 퇴근하면서

구로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가

스쳐가는 기차를 멀거니 보았다

일요일과 연휴를 헤아려 보며

시간이 나면 기차를 타리라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담배 연기를 엮으며

아이들의 기차놀이를 바라보다가

천식처럼 또 다시 기차가 타고 싶었다

저려오는 무릎을 주무르며

기운을 차리면 효도관광열차를 타리라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결국

끝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때

수십 명의 가족에 둘러싸여

내 기어이 유언하리라

내 죽으면 기차길 옆에 묻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