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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강릉행

쩌모 2014. 3. 8. 17:11

 

    강릉행

    

 

비탈진 돌산에서도

나무들은 하늘로 곧장 자란다

나무에게 땅이란 다만

뿌리를 묻는 곳일 뿐

뿌리만 깊이 묻는다면

비탈지건 척박하건 돌산인들 어떠랴

모질게라도 땅에 엉겨 붙어

한 모금의 물과 유기질이면 되는 것을

강릉행 길 옆

돌비탈에 선 나무들은

땅을 믿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는다

결코 버리지도 않는다

다만 땅을 이길 뿐이다

비탈 끝 벼랑에서

땅을 겨워하며

짧은 여름 밤을

한숨으로 바장이는 나의 애인아

모질게라도 땅에 달라 붙거라

비탈에 설지라도 하늘로만 향하는

너의 천성을 아느니

우리에게 현실이란 다만

나무에게 비탈진 땅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