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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바람

쩌모 2014. 3. 8. 17:13

 

바람

    

 

바람은 불고 싶다

회오리바람이 되어

때로는 실바람이 되어

산들바람이 되어

어쩌다 명지바람도 되어

소슬바람이 되어 서릿바람 솔바람

고양이 눈섭에도 숨는 바람이 되어

영등할미 치마에 이는 바람도 되어

 

바람은 억누를 수 없다

날개 말리는 나비도

떨어지는 꽃잎도

바람은 자지 않고

낱알 여무는 들판도

눈길 헤매는 나그네도

바람은 마다 않는다

바람은 오라 해도 오지 못한다

삼복 땡볕도

땅방울 흐르는 노인의 주름가도

기다리는 꽃소식도

바람은 나 몰라라 하고

 

불어야 할 자유의 바람은

더디기만 하다

뉘 아리요 바람의 숙명을

벽을 쌓아 놓은 곳

알을 깨기 싫어하는 사람

거저 불기만 바라는 데서는

바람은 불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