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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부치지 않은 편지

쩌모 2014. 3. 8. 17:25

 

부치지 않은 편지

    

 

 

편지를 쓴지 달포가 되었다

며칠을 쓰다 지우고 또 쓰고

담 모퉁이 돌아

담배가게 앞에 우체통이 있지만

며칠은 쓴 말을 되새기고

며칠은 잊어버리고

또 며칠은 내일 부쳐야지

그러다가 문득

편지의 내용을 그가

다 알았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서랍 속에 부쳤던 편지를

나도 여러 장 받았으니까

부치는 것은 둘째로 하고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 사이에 시공은 멀지만

우체부는 굳이 없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