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울에서
쩌모
2013. 9. 19. 22:46
개울에서
가면 다시 아니 올 외줄기
모진 마음 다잡아도 감출 길 없어
스치는 골짜기마다 붙잡는 바위마다
소리를 죽여가며 나지막히 울었다
뒤에 오는 물줄기도
앞서 가는 강줄기도
언젠간 다 지나갈 길이지만
오늘 내가 흐르는 이 개울은
왜 이리도 슬프더냐
아서라
숨어서 혼자 우는 짓
말아라
뜻도 모를 애들 앞에서 목 놓는 일
이 개울 흐르고 흘러
강 되고 바다 되고 다시 구름 되고
비 되어 언젠가는 다시 개울 되지만
가면 다시 못 흐르는 너
그 슬픔마저도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