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원래는 청어였단다
원래는 관목어였단다
원래는 구룡포사람들이 즐겼단다
원래는 원래 원래가 되지 못한단다
동해 시퍼런 창공을 떼지어 놀다가 졸지에 잡혀
잡힌 것도 서러운데 쉬지도 죽지도 못하게
얼리고 녹히고 말리고 꾸덕꾸덕해지니
이제야 제법 귀한 대접을 하네
원래 있을 때 받지 못한 사랑 헤어진 후 받는 법
상추에 깻잎에 최고급 안동포삼베이다
미역에 다시마에 김에 생전 못 누리던 호강이다
마늘에 고추에 쪽파에 초장 쌈장까지
내 더 이상 무슨 여한이 있으랴
원래는 나도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
너처럼 북태평양이 좁다 했지
아차 순간에 칠성판에 누워
한참 좋았던 그때를 꿈꾸지
부디 가난한 사람
힘없는 젓가락에 들려
헛헛한 뱃구레나 채우고
쓸쓸한 가슴에나 덥히는 마지막이 되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