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정
충주 개천안 솟대마을에
나홀로 이름 지은 정자가 있다
마음처럼 구불텅 쓸모없는 기둥과
몸처럼 휘뚤휘뚤 중방이 있다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고
어느 구석 예쁜 데 없는
푹푹 쉬어가는 오십 병든 몸
굽은정 삐뚠 기둥에 기대어
쉰 막걸리 한 잔 들이켜자
가다가 아니면 굽으면 되지
거기도 또 아니면 또 굽은들 어떠랴
어쩌다 나를 알아본 기둥이라도
한 잔 건네면 즐거이 받자
굽이굽이 굽은 세상의 산길을 돌다가
고까운 날에는 굽은정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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