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정

쩌모 2013. 9. 20. 08:02

 

   굽은정

 

                    

 

충주 개천안 솟대마을에

나홀로 이름 지은 정자가 있다

마음처럼 구불텅 쓸모없는 기둥과

몸처럼 휘뚤휘뚤 중방이 있다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고

어느 구석 예쁜 데 없는

푹푹 쉬어가는 오십 병든 몸

굽은정 삐뚠 기둥에 기대어

쉰 막걸리 한 잔 들이켜자

 

 

가다가 아니면 굽으면 되지

거기도 또 아니면 또 굽은들 어떠랴

어쩌다 나를 알아본 기둥이라도

한 잔 건네면 즐거이 받자

 

 

굽이굽이 굽은 세상의 산길을 돌다가

고까운 날에는 굽은정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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