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거나 혹은 모르거나

쩌모 2013. 9. 21. 07:41

 

다르거나 혹은 모르거나

 

 

다음까페는 실제의 주민등록번호를 적지 않아도 적당히 주물럭거려서 가입이 된다.

내가 누구를 사기쳐서 이익을 얻으려고 가명을 쓰는 게 아니라 나이도 이름도 다른,

나다른 남이 되어 남다른 나와 나다른 남이 얼마나 다르고 같은지 알고 싶었다.

안방 깊은 곳에서 바늘 끝으로 자신을 찔러가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어느 까페에 가서

최종학력이 없는 신사동에 사는 41세의 예술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좀 모르게 기록을 했겠다.

    

 

가입은커녕 접근조차 거부되었다.

그 까페사장은 아마 여태까지 살아온 그 경험에 따라서 나 같은 사람은

대충 악행을 저지르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등 이득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으리라.

상식을 따르는 그 사장이 잘못인지 굳이 남다르게 상식을 깨보려는 내가 잘못인지는 따질 것 없이

까페사장이 생각한 것은 긁어서 부스럼 만들 필요 없으니까 이상한 징조는 싹부터 자르자는 것이리라.

    

 

다른 것은 대개 나쁘더라.

나와 다른 것이나 우리와 다른 것은 나쁘더라.

우리는 우리끼리 알콩달콩 잘 어울리는데 다른 것이 끼어들어 껄끄러운 것도 싫고

더구나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있는 다른 것보다 더 무섭더라.

다르면서 알 수 없기까지 하니 아마 거의 분명 나쁘리라.

아는 도끼에도 발등을 찍혔는데 모르는 것투성이인 사람을 감히 어떻게 도저히 못 받아들이리라.

런 사람은 백프로 나쁘더라. 나쁜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떻게든 해악을 끼친다.

    

 

나는 앞으로는,

같은 것처럼,

친한 것처럼,

잘 아는 사람처럼,

이웃집아저씨처럼 굴면서 고등사기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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