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떠꺼머리 때부터 지엄한 그 머리카락
한 오라기라도 허투루 못 했는데
목은 자를망정 머리카락은 못 자른다던 선비
단발령으로 머리카락 전성시대는 갔다
십만 개나 되어서 말도 탈도 많다
틀고 찌고 묶고 따고 올리고 덧붙이더니
깎고 볶고 지지고 염색하고 탈색하고
오만 가지 별짓을 다 한다
아프지도 않고 또 자라기 때문이다
머리카락만큼 변화무쌍한 것이 또 있으랴
한때는 장발을 괘씸죄로 엮더니
오늘은 완전민주주의를 이룩했다
이름만 영원한 파마를 하고
남녀도 구별없이 오색 블리치를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지도 않고
누구 하나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지도 않는다
아흔 노인 귀밑에 서리도 안 내리고
머리 올리지도 풀지도 않는다
왜들 만만한 게 머리카락인가?
머리카락 신세 처량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