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찍고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어쩌구 저쩌구
그 노래가 유행한 지도 한참 지나서
부자들이 산다는 대부도 어느 바닷가 술집엘 갔다
바닷물이 언제쯤 들어오냐는 질문에
갓 마흔을 넘긴 듯한 아줌마 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돌아서
바닷물은 들어오면서 곧바로 나간다고
매운탕을 나르면서 발끝이 사뭇 가볍다
소주 한 병을 비우기도 전에
벌써 바닷물은 많이 들어왔다
이제 곧 찍고 돌아서
바닷물은 나갈 것이다
한 병을 더 마시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어디쯤 갔나
벌써 찍고 돌아선 것은 아닐까?
가기만 한 것 같았는데
가다 보면 벌써 찍고
찍다 보면 벌써 돌아가야 한다
머무를 수 없는 길 위에서
나는 또 주저앉아
아마 한 병을 더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전축판 긁혀서 헛돌 듯
나도 찍고 하는 거기쯤에서 계속
헛돌았으면 좋겠다
찍고 찍고 찍고 찍고 찍고 찍고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