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눈알 속에 가스를 넣었기에
퇴원할 때까지 깨구락지처럼
엎어져 있어야 한단다
베개 두 개 담요 두 장을 쌓고
그 위에 가슴을 얹고 엎어지니
꼭 공기를 잔뜩 들이마신 깨구락지이다
참회하나이다
완전 부복자세 같기도 하고
질펀한 섹스체위 같기도 해서
숱하게 지은 욕망의 죄를 끄집어 냈다
이웃집 여자가 목간하는 걸 훔쳤습니다
사랑한다고 속여 그녀도 훔쳤습니다
처녀는 물론 유부녀도 구별 안 했습니다
훔치기는 물론 일부러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눈알로 피가 몰려 지끈거리고
숨은 탁탁 막히고
땀은 줄줄 흐르는데 참회는 뭐 말라빠진……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정말로 잘못한 것은
헛된 것들을 잔뜩 집어넣고
짐짓 뒷짐 지고 에헴 하며
내가 최고라면서 홀로 자위하는
깨구락지 같은 오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