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번데기의 고백
나는 몰랐다
참된 사랑인 줄만 알았다
네 잠 자도록
채반에 그득한 뽕 이파리들
금이야 옥이야 보살핌이 결국은
번데기로 죽어야 하는
내 목숨에 대한
님의 기본 투자인 것을
뜨거운 열탕 속에서
이제야 깨닫는다
우화하기 위하여
몸을 토하여 지은 이 성 때문에
우화를 못하는 운명
보금자리는 산산이 풀어져
욕심장이 님의 사치거리가 되고
번데기로 죽어가 군것질감이 되어도
나는 자랑스러이 말할 것이다
내 길을 열심히 갔고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고
고작 번데기는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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