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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어느 번데기의 고백

쩌모 2014. 3. 8. 17:24

 

어느 번데기의 고백

    

 

 

나는 몰랐다

참된 사랑인 줄만 알았다

네 잠 자도록

채반에 그득한 뽕 이파리들

금이야 옥이야 보살핌이 결국은

번데기로 죽어야 하는

내 목숨에 대한

님의 기본 투자인 것을

뜨거운 열탕 속에서

이제야 깨닫는다

우화하기 위하여

몸을 토하여 지은 이 성 때문에

우화를 못하는 운명

보금자리는 산산이 풀어져

욕심장이 님의 사치거리가 되고

번데기로 죽어가 군것질감이 되어도

나는 자랑스러이 말할 것이다

내 길을 열심히 갔고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고

고작 번데기는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