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관하여

쩌모 2013. 9. 20. 08:38

 

   꿈에 관하여

 

나 여섯 살 때에도

대통령이 꿈은 아니었어

그저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게 꿈이었어

 

열 여덟에는 첫사랑에 울고

꽃 같은 사람이랑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이었지

그러나 그런 꿈은 꾸기도 전에

나 남들 따라 학교 다닌다구

꿈이고 뭐고 다 팽개쳤지

학교 끝나면 좀 나을 줄 알았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어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 같은 내일이 오는지 가는지 한 세월 몰랐어

니코틴처럼 중독도 아니면서

그저 삶에 휘쫓겼지

 

꿈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꿀 수 있는 꿈을 골라잡았을 때

나는 더이상 꿈을 꿀 수가 없었어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에

 

잠 자지 못하면서 꾸는 꿈

꿈 꾸지 못하면서 자는 잠

꿈이 없는 삶보다는

꿈이 없는 꿈을 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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