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길 가는 여자가 모두 예뻐 보이니까
새파란 영계나 늙수구레한 아줌마나
모두 한 번씩 사귀어 보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보이는 여자 모두를 애인으로 만들어 본다
못생겼건 잘생겼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저 그 품에 안겨서 새세상을 꿈꾸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되게 미친 것 같다
손가락질이 대수고 끝장난들 어떠랴
조선팔도 고을마다 한 살림씩 차리고
기약없는 주색잡기로 분탕질을 하련다
나는 아무래도 잘못 미친 것 같다
아무 짓도 못하고 하릴없이 돌아서며
고질병으로 굳어진 끌탕질만 나무란다
애꿎은 가슴과 흰 머리칼만 탓한다
나는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