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아름다운 당신의 생일을
마음도 갈 수 없는 이 먼 곳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중얼거립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오뉴월 태양보다 더 불 같은 당신을
뜨거워 잡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던 날은
가슴이 메어져 물도 술도 아니 먹혔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는 말 말고는
잘 가라는 말도, 가지 말라는 말도 못 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신인 줄 알면서도
잡을 수 없는 것이 또한 나인 줄도 서로 잘 알면서
잡지 못하는 나를 원망도 아니 하는 당신을 느끼며
우리 사이에 이제 떠나고 잡고 하는 짓은 무얼 의미합니까
내가 나를, 당신이 당신을 벗어나지 못 하는 이 차꼬 속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당신 생일은 돌아왔습니다
불러도 들리는 하늘 아래이고
뛰어가도 붙잡는 거리에서
숫자 몇 개만 누르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인데
당신은 또 나를 잊기 위해 쓸데없는 소리를 지르고
나는 또 소용없는 술잔을 기울여야 합니다
잊는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우린 잘 압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이제는 말도 하지 못합니다
말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말로 속삭이는 사랑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이란 걸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더 강요하는 말이란 걸
당신을 떠나보내고 나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이제는
당신에게는 행운이 따를 겁니다
당신 혼자 서성이며 바장이며 헤매는 이 쓸쓸한 땅 위를
이제는 더 이상 홀로 두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모든 고뇌, 내가 되씹고 기다리고 삭히며 간구하리니
이 땅 한구석 저 하늘 어느 아래엔가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마소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 되어 만나더라도 후회 없을 겁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