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행 막차

쩌모 2013. 9. 27. 07:40

 

   성북행 막차

 

 

새털만큼 가벼운 머리

살포시 어깨에 기대고

얌전하던 숨소리도 이젠

제법 쌔근쌔근 커졌다

 

검정으로 장식된 작은 까페에

서너 테이블 소근소근

눈 되어 쌓여 가는 음악 사이로

추운 겨울 늦은 밤의

꿈들이 영글어 간다

 

시간을 계산하며

십분만 자

오분만 더 자도 돼

하지만 성북행 막차는 벌써 끊겼지

 

어쩔 수 없는 것을

외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괴롭다

기대한다는 것이 죄악이라면

그래 그냥 오늘에만 열심으로 살자

 

밖은 씽씽 찬바람이 불어 제끼고

골목마다 구르다 지친 쓰레기가 쉬는데

꿈이 버거워 지친 작은 별이

지금 내 어깨에서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19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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