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별곡

쩌모 2013. 11. 13. 07:54

    

    청량리 별곡

 

 

시계를 연방 보면서

조금 더 조금 더 헤어지기 싫어서

자꾸만 간 것이 청량리까지 갔다

오분만 더 있다가 가

돌아볼 듯 멈칫거리다

플랫폼으로 꺽어져 가는 그녀를

내가 무슨 힘으로 잡을 수 있는가

그녀의 새끼 손가락 길이만한

콩크리트 못을 건네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끝내는 알아냈을 것이다

그 못의 까닭을

내나 너나 누군가는

상대의 앙가슴에 못을 박을 것

네 멍든 가슴에 어찌 못을 박을까

차라리 네가 내게 박으렴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는

나는 개똥벌레 신세이니

늘상 그랫듯이 조금은 준비하고 있느니

상처 투성이 가슴에

녹슨 대목일랑 박지를 마라

부러질지언정 휘지도 녹슬지도 않는

단단히 박힐 이 콩크리트 못을 주니

자 고양이 쥐 생각 말고 눈 딱 감고

꽝꽝 미련을 모두 박아 버려라

그리고는 기억마저도 털어버리고

가거라 가거라 저 언덕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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