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별곡
시계를 연방 보면서
조금 더 조금 더 헤어지기 싫어서
자꾸만 간 것이 청량리까지 갔다
오분만 더 있다가 가
돌아볼 듯 멈칫거리다
플랫폼으로 꺽어져 가는 그녀를
내가 무슨 힘으로 잡을 수 있는가
그녀의 새끼 손가락 길이만한
콩크리트 못을 건네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끝내는 알아냈을 것이다
그 못의 까닭을
내나 너나 누군가는
상대의 앙가슴에 못을 박을 것
네 멍든 가슴에 어찌 못을 박을까
차라리 네가 내게 박으렴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는
나는 개똥벌레 신세이니
늘상 그랫듯이 조금은 준비하고 있느니
상처 투성이 가슴에
녹슨 대목일랑 박지를 마라
부러질지언정 휘지도 녹슬지도 않는
단단히 박힐 이 콩크리트 못을 주니
자 고양이 쥐 생각 말고 눈 딱 감고
꽝꽝 미련을 모두 박아 버려라
그리고는 기억마저도 털어버리고
가거라 가거라 저 언덕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