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쩌모 2013. 11. 13. 08:00

    

   칼국수

 

 

우스개로 남들은 칼국수에 칼이 없다는데 나는 칼이 그것도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든 칼국수를 먹었다.

오 그리운 그 산동네. 설마하니 칼국수에 칼이 들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석 달만에 먹어보는 첫 음식이라 허겁지겁

맛도 모르고 후르르륵 냅다 삼켜버렸는데.

 

날이 선

칼이 든

날카로운 칼은 날을 앞세워

식도부터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날로 나를 찢으며 내려갔다.

거머리 속 뒤집듯 뒤집을 수 없는 내 베어진 속은

더디 아무는데 추억보다

더 무서운 후유증은

날이 선 칼이 든 칼국수를 마지막으로 먹었다는 전설

칼국수를 볼 때마다 칼국수 먹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칼국수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칼국수가 떠올라

 

남들은 칼국수엔 칼이 없다고 우스개로 말하지만

! 첫맛이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그 무서운 칼국수

칼국수엔 날이 선 칼이 들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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