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우스개로 남들은 칼국수에 칼이 없다는데 나는 칼이 그것도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든 칼국수를 먹었다.
오 그리운 그 산동네. 설마하니 칼국수에 칼이 들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석 달만에 먹어보는 첫 음식이라 허겁지겁
맛도 모르고 후르르륵 냅다 삼켜버렸는데.
날이 선
칼이 든
날카로운 칼은 날을 앞세워
식도부터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날로 나를 찢으며 내려갔다.
거머리 속 뒤집듯 뒤집을 수 없는 내 베어진 속은
더디 아무는데 추억보다
더 무서운 후유증은
날이 선 칼이 든 칼국수를 마지막으로 먹었다는 전설
칼국수를 볼 때마다 칼국수 먹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칼국수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칼국수가 떠올라
남들은 칼국수엔 칼이 없다고 우스개로 말하지만
아! 첫맛이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그 무서운 칼국수
칼국수엔 날이 선 칼이 들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