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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정거장

쩌모 2014. 3. 8. 15:52

 

    

정거장에서

 

 

 

오가는 사람들

스쳐가는 열차들

모두 갈 곳이 있다

할 일이 있다

 

나는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해야 할까

구석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연기에 비치는 풍경은

이방인들 같다

 

어디든 갈 수 있어도

할 일이 없는 것은

고달픈 자유이다

어제가 오늘이 될 수 없다는 것

너무도 잘 알면서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슬픈 싯귀가 떠오른다

 

?한 아이가 살고 있어

날마다 내일은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기대하며

살았답니다?

이 짧은 동화가

나의 목을 뜨겁게 한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갈 사람은 다 갔다

갈 기차도 다 갔다

올 사람 올 기차도

또 갈 것이다

 

기다려야 할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불확실한 내일만 기다리고 있다

정거장에서 나는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