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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이별을 위한 발라드

쩌모 2014. 3. 8. 16:29

 

이별을 위한 발라드

    

1

나의 사랑은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다시는 오지 못 할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갈 길이 멀다하여

뒤돌아보지 않은 채

총총히 가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싸구려 지분 내음에 취하여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달아나 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짧은 기쁨만 슬쩍 보이고

당연한 듯이

까마득히 줄달음질 쳤습니다

 

2

푸석푸석하게 젖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기만

가슴 애였던 긴 밤보다는

더욱 서러운 것

햇빛 쨍쨍거리는 한 낮

구석방 이불 속에서 아픈 척 하기란

가슴 저렸던 서러움보다도

더욱 비참한 것

어스름 깔리는 땅거미

태연한 척 시치미를 떼기란

텅 빈 가슴 찾아드는 후회보다는

더욱 저주스러운 것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아셔도 모른 척 했을 겁니다

아실 리가 없을 겁니다

모르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3

설령 내가 당신을 더 사랑했다 해도

진정 제 마음 속 보다는

덜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은 영원히 모를 겁니다

당신이 나를 휴지처럼

한 번으로 버렸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당신은 진실했었다고

나는 영원히 믿을 것입니다

먼 훗날 당신이

누더기로 병들어 찾아와도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기쁨의 눈물로 쌀을 씻어

저녁을 지어 올릴 것입니다

당신의 소식을 영영 모른 채

당신이 남긴 상처가 곪아

세상을 떠나게 되어도

추억을 지키는 일이라면

미음을 풀어 조용히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