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발라드
1
나의 사랑은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다시는 오지 못 할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갈 길이 멀다하여
뒤돌아보지 않은 채
총총히 가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싸구려 지분 내음에 취하여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달아나 버렸습니다
나의 사랑은
짧은 기쁨만 슬쩍 보이고
당연한 듯이
까마득히 줄달음질 쳤습니다
2
푸석푸석하게 젖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기만
가슴 애였던 긴 밤보다는
더욱 서러운 것
햇빛 쨍쨍거리는 한 낮
구석방 이불 속에서 아픈 척 하기란
가슴 저렸던 서러움보다도
더욱 비참한 것
어스름 깔리는 땅거미
태연한 척 시치미를 떼기란
텅 빈 가슴 찾아드는 후회보다는
더욱 저주스러운 것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아셔도 모른 척 했을 겁니다
아실 리가 없을 겁니다
모르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3
설령 내가 당신을 더 사랑했다 해도
진정 제 마음 속 보다는
덜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은 영원히 모를 겁니다
당신이 나를 휴지처럼
한 번으로 버렸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당신은 진실했었다고
나는 영원히 믿을 것입니다
먼 훗날 당신이
누더기로 병들어 찾아와도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기쁨의 눈물로 쌀을 씻어
저녁을 지어 올릴 것입니다
당신의 소식을 영영 모른 채
당신이 남긴 상처가 곪아
세상을 떠나게 되어도
추억을 지키는 일이라면
미음을 풀어 조용히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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