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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호우경보

쩌모 2014. 3. 8. 17:14

 

호우경보

    

 

하늘에 한조각 먹구름이 일더니

흙먼지와 퍼런 낙엽을 휘몰아친다

번쩍 우르르 쾅쾅 번쩍 우르르

하늘도 땅도 산도 들도 온통 비

비정의 비 뿐이다

 

얼굴을 할퀴고 길을 덮어버리고

강뚝을 넘더니 산을 무너뜨린다

세상 모든 것-가로 막히는 것은

모두 쓸어버린다

날새도 길짐승도 잎사귀들도

숨을 죽인 채

아 이젠 끝인가 보다

 

날뛰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엄청난 위력에 한숨만 쉴 뿐이다

정갱이, 허리춤, 가슴, 목까지 차오르는

흙탕물을 참으며

쪽빛 하늘은 사라졌는가보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날 수야 없지 않은가

 

오호츠크해 차가운 북동기류와

태평양 습한 남서기류가 만드는 장마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하느님의 크신 뜻이며

어차피 겪어야 할 홍역일진대

우리는 좀더 슬기로워야 한다

기다리고 대비하고 싸울

지혜와 힘과 용기를 길러야 한다

 

구 년 장마 뒤도 태양은 빛나는 것

비 개인 후의 산뜻함과

다져진 양심과 따뜻한 햇살과

보송보송함과 잔잔히 여울져 흐르는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강물을 기다리자

 

잠시 세월이 흐르면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그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