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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붓꽃

쩌모 2022. 4. 4. 18:13

붓꽃

 

 

선선하니 서그러운 분초록 몸매

수수하니 수줍은 보랏빛 얼굴

누군들 원해서랴만 누추한 곳이라도

깔끔하니 끌밋하다 꿋꿋한 여인

 

하늘을 짝사랑하여 쪽빛으로만 살고프나

몸 속 뜨거운 피는 놔두지 않아

달빛 아래 시퍼런 칼 어제도 갈았구나

 

흐트러진 심사 오늘도 가다듬네

세장 바깥잎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세장 안잎은 손 모아 기도하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더라도

하늘이여 비옵나니

헛된 욕심 버리고

청초한 숨결로만 살게 하소서

 

 

 

식물이름: 붓꽃

과 이름: 붓꽃과

학 명: Iris nertschinskia LODD.

사촌식물: 제비붓꽃, 타래붓꽃, 각시붓꽃

생 육 상: 여러해살이

자라는 곳: 전국의 산과들

잎 모 양: 원줄기는 총생하고 밑부분에 적갈색 섬유가 있다. 잎은 곧게 서며

나비 5-10mm 길이 30-50cm 로 돋아난 맥이 없다.

 

키: 60cm

꽃 모 양: 지름 8cm 정도이고 꽃대 끝에 2-3 개 달린다. 바깥잎 안잎

모두 석 장씩이다.

꽃피는 때: 5-6월

남다른 점: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겨 붓꽃이라 한다.

*각시붓꽃과 타래붓꽃은 잎과 줄기가 30cm 안팍이고

제비붓꽃은 꽃에 갈색무늬가 없다.

*창포는 꽃이 부들처럼 생겨 완전히 구별되고 꽃창포는 붓꽃과

비슷하나 꽃창포가 물가에 주로 살고 여름에 꽃이 피며 잎에

중앙맥이 있고 키가 60-120cm 로 붓꽃과는 구별된다

* 꽃꽂이 할 때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화초는 이 붓꽃의 개량종이다.

쓰 임 새: 소화불량, 개선

꽃 말: 존경, 신비한 사랑

전 설 :

 

무지개의 사자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에 여러 가지 꽃들이 들판에 모여서 무지개의

축제를 열었다 한다. 꽃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려고 예쁜

옷으로 차려입고 모였다. 그 중에 푸른옷을 거창하게 차려입고 나온

소년이 있었다. 하늘빛 화관이나 보석 장식들은 눈이 휘둥그래질 만큼

아름다웠다. 여기 모인 모든 꽃들은 이 소년에게 마음이 사로잡혔으나,

누구 하나 그것이 무슨 이름의 꽃인지 알지 못했다. 때마침 거기에 한 꽃이

나타나서, "여러분, 보십시오. 저 소년의 옷은 하늘에 걸린 무지개같이

아름답군요." 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슬비가 갑자기 멎고 아름다운

무지개다리가 이 산에서 저 산에 걸려 먼 들판을 꿈과 같이 물들였다.

소년은 이 무지개빛에 물들어 한결 더 아름다왔다. 다른 많은 꽃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저 소년을 무지개의 사자라 부릅시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붓꽃을 무지개의 사자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한다.

 

 

 

아이리스 부인

 

중세 이탈리아의 수도 프로렌스에 아이리스 부인이라는 미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명문 귀족 출신이요, 마음씨 착하고 고귀한 성품으로 프로렌스

사교계에서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소녀 시절에

양친의 뜻에 따라 로마의 왕자와 결혼을 하였으나, 이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결혼이 아니어서 남편과는 서먹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결혼 생활

10년째에 남편인 왕자가 병사하자 부인은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부인의 아름다움은 소녀시절보다 더욱 빛나서 뭇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고 그 중에는 결혼을 신청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부인은 누구에게도 응하치 않고 푸른 하늘만 동경하여 몸도 늘

하늘빛 옷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인이 언덕 위를 쓸쓸하게 산책하고 있는데 젊은 화가 한

사람이 부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부인은 이 화가와

친해져서 그의 화실에도 드나들게 되었다.

이때 화가는 열심히 결혼하기를 청하였으나 부인은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부인은 화가의 열정에 감동해서 "정 그러시다면 조건 하나를 붙여서

받아드리겠어요."하고 말하였다.

그 조건이라는 것은, 나비가 날아와서 앉을 정도의 꼭 살아있는 것 같은

꽃을 그리는 것이었다. 화가는 그로부터 딴 사람같이 되어 정열을 기울여서

그림을 그려 며칠만에 꽃그림을 완성하였다. 부인은 그 그림을 보고 크게

만족했으나 일부러 "그런데 이 그림에는 향기가 없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 순간 어디선지 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 그림의 꽃에 살포시 앉더니

키스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이겼구나 ! "하고 화가는 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부인도 그만 눈을

반짝이면서 화가의 품에 안겼다 한다.

아이리스는 이 부인과 화가 사이에 처음 있었던 키스의 향기를 간직해서

지금도 향기롭게 풍기고 있다 한다.

 

문학작품:

 

요염이 넘치어서/ 유혹의 강이련가// 밀치고 당기는 줄다리기 아니라도//

소롯이 안겨드는 곡선/ 미인도의 품평회

신순애 붓꽃 <술패랭이꽃> 32쪽

 

잎새 같은 손가락 부채 같은 배 물개 같은 등 붓꽃 같은 성기

나는 오늘 남편의 비밀을 누설한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장원경 비밀 <길 없는 바다에 영혼을 띄우고> 85쪽

 

오리쯤 걸었을까/ 아니면 십리쯤 걸었을까/ 길섶에는 보랏빛 붓꽃이 한창이었다/

내 가는 길섶에는/ 한 송이 꽃마저 피지 말아라

박정만 홀로 가는 길 <꽃지는 저녁은 바라보지 말자> 67쪽

 

소쩍새가 날아와 울지만/ 북꽃을 꺾어들고 들국을 꺾어들고/ 네 그늘 아래로/

발소리를 죽이며 숨죽여 그림자를 숨기던/ 사랑은 이제 없다

김용택 푸른나무5 <강 같은 세월> 16쪽

 

산 아래 붓꽃 한자루가 피어 있다// 한밤에 촛불 앞에 내가 앉아 있다//

밖에서 돌아오면 나는/ 세상을 향해 이런 얼굴로 핀다

이성선 붓꽃 <빈 산이 젖고 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도종환 오월편지 <울타리꽃>

 

뿌리 없는 것들도 꽃을 피운다/ 유리병에 꽂혀서 봉오리를 열면서 향을 토한다/

줄기마다 칼을 벤 자국/ 뿌리 없는 것들도 꽃을 피운다

최승호 붓꽃 <눈사람 > 125쪽

 

길을 가다가 꽃을 만나면/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붓꽃이든 제비꽃이든/

길을 벗어나 다가가서/ 한참씩 바라보기도 합니다/ 더러는 꺾은 적도 있지만/

시드는 것이 마음 아파서/ 손을 내밀다가도/ 그냥 거두고 맙니다/

전무용 길을 가다가 <희망과 다른 하루>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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