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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엉겅퀴

쩌모 2022. 4. 4. 18:03

 

엉겅퀴

 

 

웅크린 듯 풀어 헤친

요염한 맵시

피보다 붉은

자주빛 정열

어디선가 맡은 듯한

이국의 체취

 

끈끈한 꽃뭉치

못생긴 잎사귀

가시를 휘두르며

눈을 부릅떠 봐도

진딧물은 웃어 가며

줄기마다 새까맣다

 

나비야 도와줘

본 체 만 체 꿀만 따고

꿀벌아 살려줘

꽃가루만 훔치네

 

 

 

Cirsium japonicum var. ussuriense Kitamura.

엉겅퀴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로 높이 50-100cm이고 전체에 백색 털과

거미줄 같은 것이 있다. 잎은 심하게 갈라져 끝이 가시로 되고 6-7월에 전국의

산과 들에 핀다. 줄기에 가시가 없는 점과 꽃뭉치가 끈적거리는 점이

지느러미엉겅퀴와 다르다. 꽃은 지름 17-27mm이고 지느러미엉겅퀴보다

크다. 생약명은 대계이고 정력제, 신경통, 이뇨제로 쓰인다. 항가새라고도 불린다.

 

 

 

엉 겅 퀴

 

-소녀의 원혼

 

영국의 어느 시골에 젖소를 기르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어느날 소녀는

쇠젖을 항아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도회치에 팔려고 나갔다. 소녀는,

오늘은 젖을 판 돈으로 스웨터와 양맡, 아버지 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사야겠다고 이 궁리 저 궁리하면서 길을 걷다가 그만 길가에 있는

엉겅퀴 가시에 다리를 몹시 찔려 깜짝 놀라 뛰는 바람에 쇠젖을 모두

쏟고 항아리마저 깨뜨려 버렸아. 소녀는 슬픔을 견더지 못하여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후 소녀의 혼은 젖소로 변해서

길가에 있는 엉겅퀴를 모두 뜯어먹었다. 그런데 엉겅퀴 중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잎에 흰 무늬가 있는 풀이 한 포기 있었다. 이상해서

뜯어먹지 아니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노라니 꽃봉오리에서 소녀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로부터 이 풀은 젖엉겅퀴(milk sitsle)라

불리어지고, 소녀의 원을 위로해 주는 꽃이라는 동화를 간직하게 되었다

 

 

모둑이 피어 있는 보랏빛 엉겅퀴에/ 꿀벌 한 마리 파고 들었네/ 손 끝으로

건드려도/ 엉겅퀴 속 꿀벌은 나오려 하지 않네/ 시켜서 이루어질 리 없는

전일한 합일이여

김명수 작은 공간 <바다의 눈> 31쪽

 

엉겅퀴 보랏빛/ 빛의 속으로 들리는/ 물꼬로 흘러드는 달디단 물소리

이하석 물베개 <비밀> 128쪽

 

잎새를 따 물고 돌아서잔다/ 이토록 갈피없이 흔들리는 옷자락//

몇 발자국 안에서 그 날/ 엷은 웃음살마저 번져도// 그리운 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 어쩌면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키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놓아 진다

박용래 엉겅퀴 <저녁눈> 118 전문

 

엉겅퀴를 보면 / 나는 무수히 찔리고 싶다/ 마음 깊은 속 속속들이 찔리어/

그대 보여주고 싶다/ 내 안에도 숨겨진/ 또 하나의 엉겅퀴/ 그 번쩍이는 가시

김광렬 엉겅퀴를 보면 <가을의 시>

 

별 중의 별/ 별들의 어여쁜 거지떼/ 기다리는//자색 밤의/ 뚫어진 담뇨 위이다//

야심찬 사랑의 깃발 아래/ 매혹의 가시관 쓰고서//로자 룩셈부르크

김경희 엉겅퀴 <작은 새> 94쪽

 

일찌기 우리들의 것이었던/ 꽃피는 대지여// 그 능욕당한 젖무덤에/

새파랗게 날 선 곡괭이를 박고/ 살 속 깊이 잠든/ 피를 깨우리라

민영 다시 붓을 들고 <엉겅퀴꽃>

 

갈퀴손에 호미잡고 /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이름

님영 엉겅퀴꽃 <엉겅퀴꽃> 43쪽

 

산나리꽃이며 엉겅퀴꽃이며 민들레 같은/ 서울에 편입되기 싫은 꽃들이 자란다/

박용재 당신의 밤은 어떠하오 <따뜻한 길 위의 편지> 76쪽

 

무너지고 다시 엉키는 엉겅퀴 풀숲에 다치면서/ 역사의 뒤안길에/

망각의 세월 바람비에 깎이는/ 돌 하나로 서서/ 살아 있는 당신

이광웅 영오리비 <대밭> 81쪽

 

엉겅퀴 말냉이 민들레들의 사연 그대로/ 김치국들로 얼룩진 땅은

몇번인가 뒤짚혀져/ 벌겋게 녹이 슬었다

이하석 붉은 언덕 <제10회소월시문학상수상작품집>75쪽

 

당신이 그린 붉은 엉겅퀴/ 계방산 1500 고도에서/ 더 붉은 꽃술로

벌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김용옥 엉겅퀴 <그리움을 채우는 기억> 66쪽

 

환갑줄 넘으면 체력이 달리니/ 닭내장탕 먹으러 가자던 친구여/

지금도 꼬박꼬박 적금이야 붓고 있지만/ 어딜 갔나 곰 같은 친구/

죽어 산천에 서릿발 내리지 말고 /살아 물가의 엉겅퀴로 피어나려무나

강병철 태환아 태환아 <유년일기> 97쪽

 

가을 하늘 아래 곧잘 붉어지는 홍옥/ 엉겅퀴 같은 가난과/ 이서국 수렵꾼의

딸임에 틀림없다

서림 그 여자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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