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과 껍데기
호두는 껍데기라 하고
토란은 껍질이라 한다
누구는 빛나는 태양 아래
껍데기처럼 단단하게 웅크리고
고소한 속살을 만든다
누구는 축축한 땅속 숨어
껍질처럼 부드럽게 웅크리고
하얀 속살을 품는다
그러나 그 사람은
두 얼굴의 사람
단단한 우렁이의 껍질 속에 천사를 꿈꾸고
껍질도 없는 민달팽이로 운명을 기어 건넌다
어느 것이 진짜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한 번 꼭 묻고 싶다
얼룩말은 검은 바탕에 흰줄이냐
흰 바탕에 검은 줄이냐고
우렁이는 밤에 처녀로 바뀔 때
껍데기를 나와 맨살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