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

쩌모 2013. 10. 13. 16:58

여울

             시창에게 바침

 

 

우리의 어머니는 먼 바다

태고적의 잠재의식 속에서

뜨거운 태양의 힘으로 우리는

하늘로 떠올랐어라

구름으로 온누리를 떠돌아서

은총으로 땅에 내렸어라

빗물이 되어

뿌리로부터 잎사귀를 타고 내려

혹은 땅속을 흘러 옹달샘으로

우리의 과거는 모두 달랐어도

지금은 여기 여울에 모였어라

 

숨가쁜 계곡도 돌고 돌았고

때론 폭포도 타고 내렸고

거친 산기슭을 헤매어

여기 여울목에 잠시 머물렀어라

허나 어찌 잠시라도 머무르랴

길고 긴 우리의 여로

이제 곧 강물이 되고

더 큰 물들과 어우러져

아주 잠시 후면

넓고 큰 인생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여기 여울을 흐르고 있어라

여울은 멈추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싱싱한 아침을 만들고

여울은 침묵하지 않는다

언제나 조잘조잘 온몸을 부딛쳐

소리내며 흐르고

여울은 쉬지 않는다

크고 작은 거친돌을 가슴에 품고

사랑과 고뇌로 갈고 닦아

둥글둥글 자갈을 만들고

여울은 썩지 않는다

막아도 막히지 않고

도도히 흐르고 흘러

우리는 항상 거듭나리라

 

앞서 간 물도 여기를 거쳤고

뒤에 올 물도 여기에 이르리라

물은 흐르고 흘러

저 먼 바다에 이르지만

우리가 머물던 이 여울은

영원하리라

가야 할 길고 긴 우리의 여로

그 속의 짧디 짧은 여울의 시간

어찌 잊으련가

인생바다에서 만날 때까지

고이 간직하리라

199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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