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산
헉헉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서너 고비 돌비탈을 미끌어지며
보이지도 않는 정상을 향해
오늘도 발버둥을 쳤다
한때는 골짜기만 산인 줄 알고
물장난을 하며 계곡을 헤맸고
그 전 또 한때는
철없는 점잔으로
산자락에서 장난만 쳤었다
어디가 정상인 줄도 모른 채
매번 똑같이 비질비질 땀을 흘리다가
터덜터덜 돌아서는 길가에
할아버지 한 분이 빙그레 웃는다
나도 그랬네만 이제 보니
그게 다 산이야
아암 다 산이고 말고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를 다 갖고도
하나도 못 가졌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