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산

쩌모 2013. 10. 13. 17:01

    

      여자의 산

 

 

헉헉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서너 고비 돌비탈을 미끌어지며

보이지도 않는 정상을 향해

오늘도 발버둥을 쳤다

 

한때는 골짜기만 산인 줄 알고

물장난을 하며 계곡을 헤맸고

그 전 또 한때는

철없는 점잔으로

산자락에서 장난만 쳤었다

 

어디가 정상인 줄도 모른 채

매번 똑같이 비질비질 땀을 흘리다가

터덜터덜 돌아서는 길가에

할아버지 한 분이 빙그레 웃는다

 

나도 그랬네만 이제 보니

그게 다 산이야

아암 다 산이고 말고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를 다 갖고도

하나도 못 가졌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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