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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벽

쩌모 2014. 3. 8. 15:29

 

 

   

 

    

 

과거를 지우고

나를 잊고

지금 여기를 떠나고 싶어요

진눈깨비 퍼부어 살은 에이고

바람 몰아치는데

기댈 만한 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야 이리 온

휘청거리지 말고

잠시라도 쉬었다 가렴

내게 기대어 조금 쉬었다 간들

결국은 가야 할 길 아예 잊으랴

 

정말이예요?

속고만 살아온 가슴

또 무너질 각오로 믿어도 되나요?

목구멍에 맴도는 말을

차마 다시 삼키는 이유는

마지막 사람이 되어 달라기엔

자신이 초라하기 때문입니다

 

내 너의 든든한 벽이 되리니

아무런 주저 말고 오너라

단지 염려스러운 것은

쉬었다 떠난 네 온기를 내가

잊지 못함이 아니고 네가

벽 속에만 편히 나부라지거나

더 큰 세상을 못 볼까 함이다

 

아무리 포근하더라도

주저앉지는 않을 거예요

나를 감싸던 그 벽도

언젠가는 깨부술 거여요

하지만 어찌 벽을 부술까

좋은 방법을 우리 찾아 봐요

 

영원을 믿지 말고

모두나 나만을 요구하지 말자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목숨처럼

모레 떠나도 섭섭치 않을 사이 되자

벽을 부수지 않아도 될

바라볼 창을 만들고

네가 떠나갈 문을 만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