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쓴 편지
우표를 붙일 때마다
나는 늘 기쁘다
말로는 하지 못한 가슴
글로는 쓰지 못한 의미를
웅변에 지친 혀로
천천히 우표에 침을 바른다
억눌렸던 가슴의 씨앗들이여
꼭 꼭 붙어 무성하게 자라거라
행여 들킬세라 바람들까봐
손바닥으로 꼭 꼭 누른다
우표뿐만 아니라
편지지고 봉투고 몽땅
덱스트린으로 덮혀 있다면
쓸모 없는 언어를 팽개치고
나는 침으로만 편지를 쓰리라
이 편지가 도착하면
그는 제일 먼저 우표에
나의 가슴인 냥 입을 맞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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