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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위한 발라드] 침으로 쓴 편지

쩌모 2014. 3. 8. 16:47

 

  침으로 쓴 편지

 

 

우표를 붙일 때마다

나는 늘 기쁘다

말로는 하지 못한 가슴

글로는 쓰지 못한 의미를

웅변에 지친 혀로

천천히 우표에 침을 바른다

억눌렸던 가슴의 씨앗들이여

꼭 꼭 붙어 무성하게 자라거라

행여 들킬세라 바람들까봐

손바닥으로 꼭 꼭 누른다

 

우표뿐만 아니라

편지지고 봉투고 몽땅

덱스트린으로 덮혀 있다면

쓸모 없는 언어를 팽개치고

나는 침으로만 편지를 쓰리라

이 편지가 도착하면

그는 제일 먼저 우표에

나의 가슴인 냥 입을 맞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