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나 쓴 편지
아무나 보세요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는
꼭 누군가가 보아야 할 편지입니다
그가 누군지
어디에 있을지를 모릅니다
그가 저를 모르듯
저도 그를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모르는 아무에게나 쓴 편지는
주소를 몰라
한 번도 편지를 받은 적이 없는 분
이렇게 썼답니다
우체부가 그 사람을 찾는다면
그는 신이 나서 답장을 쓸 거예요
그러나 답장을 저는 못 받아요
쓰는 것만으로 행복한 저는
제 주소를 아니 썼거든요
하지만 그는 분명히
또 다른 아무에게나 편지를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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