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어머니 손을 잡고 소학교 입학할 때
구름을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를 보고
내 크면 저걸 타고 세계일주를 하리라
학창시절 어스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밤기차가 타고 싶었다
주머니 속의 동전 한두 닢을
매끌매끌해질 때까지 매만지며
돈이 생기면 밤기차를 타리라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오밤중에 퇴근하면서
구로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가
스쳐가는 기차를 멀거니 보았다
일요일과 연휴를 헤아려 보며
시간이 나면 기차를 타리라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담배 연기를 엮으며
아이들의 기차놀이를 바라보다가
천식처럼 또 다시 기차가 타고 싶었다
저려오는 무릎을 주무르며
기운을 차리면 효도관광열차를 타리라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결국
끝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때
수십 명의 가족에 둘러싸여
내 기어이 유언하리라
내 죽으면 기차길 옆에 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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